고슴도치 01
<고슴도치 분양>
지난 2월 말, 아니... 이야기의 시작은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4학년 겨울방학 숙제를 고민하던 소은이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숙제를 하겠다고 하였다.
어쩌면, 그때 안된다고 했어야 했을지도... ㅎㅎ
무심코 승락을 한 후, 잊고 있었으나...
생각날때마다 요구를 하던 소은이의 청에 무너진 것은 겨울방학이 아닌... 봄방학도 끝나갈 무렵이었다. ㅡ.ㅡ;;
고슴도치가 가장 키우기가 쉽다는, 지금 고슴도치를 키우고 있는 같은 실 사람의 조언(?)에...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고슴도치 암수 각 1마리씩을 분양받기에 이르렀다.
사실 마지막까지 분양받는게 주저스러워서...
소은이에게는 고슴도치는 아빠가 사 줄테니,
필요단 다른 도구들(하우스, 밥통, 물통, 파우치, 식량 등등)은 자기 돈으로 사라고 요구하였고,
예상과달리 소은이는 기꺼이 그러겠노라하고... 잽싸게 주문까지 완료하면서...
나를 압박하였다. ㅡ.ㅡ;;
결국, 2015년 2월 27일..
소은이의 압박에 굴복하고 생후 6주(숫놈), 8주(암놈)을 전남 나주의 농장에서 분양을 받기에 이르렀다.
소은이의 기분은 최고였지만, 아내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녀석들을 보고 한 아내의 선언... "나에게 더이상의 육아는 없다~!!!"
소은이는 암놈에게 '고슴'이라는, 숫놈에게는 '도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렇게 고슴도치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도치의 사망>
내 방에 꾸며 놓은 고슴도치 하우스에 두 마리를 받아서 가져다 놓고,
아침에 일어나 일 할 때마다 고슴도치의 냄새와 부시럭거림에 시달리며고(?),
가장 키우기 쉽다고 했던 실 사람을 욕하면서 지낸지 두 달 쯤 지난 어느 날...
하우스 안에 있던 물통이 넘어지며,
하우스 안쪽이 얕은 물바다가 되었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톱밥을 깔지 않은 하우스 바닦은 녀석을에게는 엄청나게 미끄러운 기름링크(?)가 되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하우스를 들여다보니,
고슴도치 발바닦만 잠길정도로 얕은 물이 전체에 퍼져 있고... 밥도, 똥도... 뒤죽박죽 뒤집혀 있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물이 붉은 빛을 띄고 있는것이 좀 이상했으나, 처음에는 그 이유가 엄청나게 활동적인 숫놈의 발톱이 허우적대면서 빠지고 부러져서 난 피가 원인인 것을 몰랐다.
결국 하우스 청소를 하면서 녀석들을 작은 박스에 담아두게 되었는데...
항상 문제는 연달아서 생기나 보다.
활동적 성격의 숫놈이 박스를 탈출해서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찾다보니, 책꽂이의 밑바닥 틈으로 들어가서 구섞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책상위에 올려놓은 박스에서 탈출을 하였으니, 책상에서 떨어진건 분명하고,,,
책꽂이에서 꺼집어 내면서 사용한 골프채에도 몇대 맞고...
아마 이때 적잖은 내상을 입었으리라...
결국 녀석은 다음날 아침에 내가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죽기 몇시간 전까지 계속해서 하우스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평소와 다르게 몸의 절반정도만 천으로 가린채 큰대자로 쭉 뻗어있기도 하고...
맛있는 간식을 코 앞에 놔주어도 안먹고... 하더니...
마지막에는 몸이 완전히 노출된 상태로 대짜로 뻗어있으면서 아주 오랜 간격으로 한숨을 몰아쉬더니 결국 죽었다. ㅡ.ㅡ;;
소은이와 함께, 녀석을 아파트 화단에 묻어주었는데....
소은이는 눈물을 흘리며 훌쩍거렸다.
잘 모르고 사오고, 잘 모르고 키운 주인들의 무지가 냄새나고 친화적이지않고 무심한 애완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 같다.ㅡ.ㅡ;
<새끼를 낳다>
내가 잘 못 들은건지... 실에서 고슴도치를 키우는 사람이 잘 못 알려준 것인지...
(그 친구의 말은 반박은 못하겠는데... 신뢰가 가질 않는다 ㅜ,.ㅡ;;)
고슴도치는 6개월이 지나야 임심을 할 수 있다고 들었던 믿음이 무너졌다.
역시나 무지로 무장된 주인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ㅡ.ㅡ;;
되돌아보고, 나중에 찾아보면서 알게된 사실을 바탕으로 추적해보면...
고슴이의 사료와 물 섭취량이 상당히 증가했다.
또 목욕을 시킬 때 보면, 몸집도 많이 커졌다.
무식한 주인들은 원래 고슴도치가 이렇게 빨리크나보다... 하고...
열심히 사료와 물만 줘 가면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5월 2일) 아침...
과제 제안으로 바빠서 황금연휴에 제안서 작업을 해야 했던 나만 빼고
모두 처가의 사촌 모임을 하러 간.. 황금연휴의 둘째날!!
저녁에 집에와서 우연히 하우스를 들여다 보았는데...
이상한게 눈에 들어왔다.
순살색의, 희끗희끗한 닭살과 같은 무엇을 지닌..... 말 그대로 핏덩이...
찰라의 순간... 왠 구더기가 이렇게 크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곧바로... "새끼?????" @.@ 임을 알아차렸다.
6개월 지나야 임신한다며???? 이게 뭐지????
분양해준 농장에서 나를 속인건가???? 허그덕....
잠시 침착함을 되찾은 후... 인터넷을 검색해보고서..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생후 2주만 되면 발정이 일어나서 교미가 가능하고...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5~6개월 전에 새끼를 낳으면... 조산이기 때문에... 어미에게도 새끼에게도 좋지 않다는 사실도...
조산을 하면 어미가 새끼를 잘 돌보지 않아 새끼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악재가 겹치는 기분이었따. ㅡ.ㅡ;;;;
이제 아이를 낳은지 일주일 정도가 되어 간다.
처음에는 세마리를 낳은 줄 알았는데...
안에 있는 커다란 천을 들어내보니... 4마리를 낳았다.
그런데 불행히도 한 마리는 3일도 안되서 죽었다.
우려했던 문제가 생기는 건가 싶어 고슴이의 행동을 유심히 보고... 나름 분석을 해 보았는데..
몇가지 유추되는 것들이 있다.
새끼를 낳아놓고 달라진 고슴이의 행동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들어내고 보인다. 물론, 보이려고 보이는 것이 아니다. 바로 모정이 만들어낸 용기다.
이전에 고슴이는 천 속에 몸을 철저히 감추고, 활동도 거의 하지 않아서, 옥체(?)를 보는게 거의 어렵다 할 정도였다.
그런데, 녀석의 새끼를 처음 발견한 날, 내가 '이게 뭐지?' 하고 천 바깥으로 나와 있던 새끼를 보고 있는데...
천 속에서 녀석이 얼굴을 꺼내서 나를 바라보더니, 새끼를 입으로 물고 천 안쪽으로 이동하는게 아닌가?
전에 볼 수 없던 녀석의 활동적인 모습에 '모정'의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2. 커다란 천을 물고 계속 하우스 안을 뱅뱅 돌아다닌다. 도대체 뭐하는 행동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새끼가 한 마리 죽고 나서야...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슴이는 자기가 낳은 새끼가 몇마리인지를 알지 못하는 듯 싶다.
고슴도치가 4라는 숫자를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난센스이다.
녀석은 새끼의 소리와 냄새를 맡으면서 새끼를 케어한다.
혼자 있을 때는 커다란 천이 몸을 숨기는 아지트가 되었지만,
새끼를 키울 때는 새끼를 찾을때 방해가 되는 장애물인게다.
젖달라는 울음과 냄새는 나는데... 몇겹으로 겹쳐있는 천은 새끼입에 젖을 물리는데 너무나도 힘겨운 방해꾼이다.
3. 털을 세우고, 쉭쉭 거친숨소리로 경계하던 고슴이가, 우리의 눈치를 살핀다.
하우스 안에 붙여준 작은 박스는 고슴도치를 키우면서 제일 잘 한 일인 것 같다. (나름 신의 한수?)
그 안에 새끼들을 놀아 넣고 지키는 녀석을 보면서...
5개월짜리 초보 어미지만 자식 사랑은 믿을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산'에 대한 걱정은 조금 놓인다.
우울한 것은... 유명을 달리한 도치가 죽었을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녀석이...
새끼들을 위해서 하는 행동들을 보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아빠들의 운명은 다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 쩝.
마지막으로 어제 밤에 찍은 고슴이 가족들의 모습을 공개한다. ㅎㅎ
등에 난 털이 이제 털 모양 같다. 일주일 전에는 등까지도 정말 핏덩이 같았다.
에구구... 옆으로 넘어지고 뒤집히고.. 바닦과 얼굴은 여전히 핏덩이..
에구구.. 못일어 나것네...
야!~ 너 어디가?? 잉? 여기가 아닌겨???
아저씨~!! 왜 허락도 없이 우리 애덜 사진 찍고 난리여~!~!
여긴 어디? 난 누구??
얘덜아... 빨리 집으로 들어와... 저 아저씨 이상한 아저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