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ologue

 

솔이와의 두번째 여행.

기록을 뒤져보니, 2011년 8월 5일, 솔이의 여름방학이자 생일기념으로 단둘이 서울여행을 다녀온 후 처음이다.

지난 번 여행과의 차이점은 이렇다.

- 당일치기 vs 2박 3일

- 서울 vs 부산

- 우리 둘만 vs 우리 둘만(1박2일) + 가족여행(1박2일, 즉 아내와 소은이는 둘째날 저녁에 합류)

 

단 둘이가는 여행을 솔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래도 아직은 아빠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은지 좋아하는 기색 역력하다.

이제 녀석도 초등학교 최고학년을 앞둔 여자아이라..

자기 생각을 표현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조금은 구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례적, 예의상하는 표현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정말 좋은지, 아닌지는 사실 알 수 없다. ㅋㅋㅋ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 달린 '내 품 떠나는 것' 한순간이라는 선배의 댓글처럼..

그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내심 준비하면서,

그러기 전에 이런 추억을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으로 또 다시 여행을 떠난다.

 

 

2. 출발

 

연구소에 오후 반차휴가를 내고,

새벽에 여러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표를 구한 KTX를 타러 집에서 나온 시각은 오후 2시 20분 정도.

아내에게 차로 데려다 달라고 했으나,

소은이의 집요한 "놀아줘" 요구로.. 오수를 못한 아내가 불쌍하여..

그냥 버스를 타고 대전역엘 가기로했다.

 

문제는 버스를 타본지 참 오래된 나와, 역시나 버스탈일 없는 솔이의 대전 시내버스에 대한 '무식함'.

604번을 타야된다는 생각으로 시민천문대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집 바로앞 길 건너에 서는 606번이 대전역에 바로 간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ㅡ.ㅡ;

결국, 대전시 버스앱을 깔아서.. "요즘 대전 교통은 이렇게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구나"라는 체험을 하는데 만족하고..

3시반 KTX를 타기위해서는.. 갤러리아에서 버스를 내려, 택시를 타고 대전역으로 갈수밖에 없었다.

 

10여분전에 대전역에 도착하여, KTX를 타고 부산으로 고고씽~!!

 

 

< KTX 에서 1 >

 

< KTX 에서 2 >

 

 

3. 부산 도착

 

세상은 참 좋아져서... 이제 대전에서 부산을 1시간 반이면 오는 세상이 되었다.

 

 

< 부산역 인증 샷 >

 

 

 

4. 남포동 국제시장 & 보수동 책방골목

 

먼저, 새벽에 예약해 놓은 숙소 (토요코인 서면)로 가서 짐을 풀고, 곧바로 나와서..

여행 첫날을 보낼 남포동으로 향했다.

 

기록을 뒤져보니, 제작년 여름 - 그러니까 솔이와 서울여행하기 며칠전 - 아내와 1박2일로 부산여행을 할 때 찾았던 남포동 시장엘 다시 온 것이다.

시간도 저녁시간이니 남포동 국제시장의 군것질 거리들을 제대로 즐길 모든 준비가 갖추어진 셈.

나도 배가 슬슬 고팠던 시기였으니, 솔이는 어땠으랴..

 

< 아리랑거리 - 당면국수,충무김밥 등을 파는 난전이 늘어선 곳 >

 

 

< 당면국수 맛보는 솔이 >

 

 

당면국수와 충무김밥 (8천냥)으로 허기진 배를 일단 달래고...

국제시장을 오락가락하며 식후경을 즐겼다.

전후좌우로 길~게 뻗어있는 시장규모가 부산시의 인구를 대변하는 듯 했다.

우리는 원래 가고자 했던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스마트폰의 도움으로 보수동 책방골목을 들어섰을 때는..

많은 책방이 문을 닫고 있는 시간이었다.

한적한 골목과 내려진 책방 문, 그리고 쌀쌀한 날씨가 더해져 기대와는 달리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래도.. 무슨 산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덕에 자리잡은 동네여서인지..

책방 건물과 건물 사이의 언덕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제법 길고, 운치가 있어보여..

아쉬운 마음을 그것으로 달래야 했다.

 

< 책방골목으로 들어가는 사거리의 동상에서 >

 

 

< 한 장 더 >

 

 

< 보수동 책방골목을 알리는 이정표 >

 

 

< 꽤나 길어보이는 언덕 계단 >

 

 

책방 골목 투어를 간단히 마친 우리는..

다시 국제시장으로 입장했다.

 

다시 출출해진 배를 채우고자, 책방찾아 올라가면서 봤던 깡통시장 거리에서 숨어있던 보석식당을 두 개 발견했다.

하나는 엄청나게 줄을 서 있는 시장통닭집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당면국수의 원조라고 하는 식당이었다.

 

 

< 줄서서 먹는 통닭집 >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어보이는 시장의 통닭집 같았는데.. 이 추운날 밖에서 줄을서서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놀라웠다.

닭을 튀기던 아저씨 왈, "오후 5시 이전에 오셔야 줄 안서고 먹을 수 있어요~!!"

일요일에 다시 한 번 와 봐??

 

< 책상 위에, 벽에.. 혼잡스럽게 붙어있는 방송출연 사진들.. >

 

 

< 어!! 맛있는데?? >

 

 

< 이게 원조 당면국수. 아까 시장의 것하고는 확실히 맛이 달랐다 >

 

 

< 알아서 우리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신 주인 아저씨 >

 

 

당면(4천냥) + 오뎅 1인분(3천5백냥) 으로 확실히 배를 채운 우리는..

마침 식당을 나서는 식당 주인 아저씨의 안내를 받으며, 다시 국제시장 입구쪽으로 걸어나왔다.

바로 1박 2일로 유명해진 씨앗호떡을 먹으러...

 

그런데, 내려오면서 하시는 아저씨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요지는 이렇다.

- 1박2일 촬영할때, 새끼PD가 우리 식당엘 찾아와서 촬영협조 요청을 했다.

- 그런데, 마침 당일 일본에서 단체손님이 와서, 촬영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 1박2일은 방송을 위해서 조금 과장된 것을 요청하여 촬영을 거절하였다.

- 그러면서, 조금 분위기가 안좋았는데, 계속 부탁을 하길래..

- 난전에서 파는 당면국수와 씨앗호떡을 알려주고 그것으로 촬영해도 괜찮을 거라고 알려주었다.

 

참고로, 그 아저씨는 젊었을 때, 영화 엑스트라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연예인들도 많이 알았고, 그 인연이 있어서있지..

식당에 연예인들의 싸인이 많았던 듯 싶다.

특히, 지진히는 잘아는 후배라 자주 온다고 한다. ㅎㅎ

벽과 책상의 사진을 볼 때,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도 촬영했고, 지상파 3사의 맛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듯 싶다.

아무튼, 한 5분 정도 더 올라오면 이런 식당이 있는 줄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은 그냥 입구의 난전에서 파는 당면 맛만 보고 돌아는 것 같다. 나도 그랬었고...

 

식당아저씨가 알려준 뒷 이야기같은 것이 겉모스만으로 알 수 없는 여행의 참 맛이 아닌가 싶다. ㅋ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남포동 입구로 나와, 씨앗호떡을 사먹었다.

식당 아저씨 왈, "거기에 있는 씨앗 호떡 맛은 다 비슷합니다. 굳이 방송나온 집에서 안사먹어도 됩니다."

그랬다. 나도 그럴 것 같았다. ㅋ.

 

< 씨앗 호떡 >

 

 

< 맛있게 냠냠 >

 

 

호떡을 사들고, 우리는 남포동 시장을 좀 더 거닐며, 부산의 금요일밤을 느껴보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부산에서의 첫 날, 끝!!

by juni87 2013. 1. 26.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