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이른바 '세밑한파'라는 추위가 전국을 덮은 날 답게.. 동해안의 날씨도 한 성깔하고 있었다.
혼자 백사장에 카메라들고 나가서, 30분 정도 있으며 사진을 찍었는데.. 손은 얼음덩이가 되었고, 완전무장한 옷들 사이로 찬 기운이 엄습해오는 느낌을 받았다. 강한 바람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높은 파도를 만들어 방파제와 백사장을 덮쳤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우리가 묶었던 곳(강릉시 안현동 2-4번지 주변)이 무속인들이 살고 있는 동네였는지.. 그 추운데, 4~5명이 작은 돗자리를 백사장위에 깔아놓고, 정갈한 자세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 또 잠시 후, 구름위로 해가 떠오르자, 해를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익숙치 않은 광경에 한편 어색하기도 했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했다.
결과론이지만, 다음날인 신년 1월 1일에는 잔뜩 흐리고, 강추위에 눈보라까지 겹쳐서 구름사이로도 해를 볼 수 없었으니.. 이렇게 2010년 마지막 해라도 사진에 담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단, 오랜만에 이런 사진을 찍어서.. 카메라 조작을 좀 더 잘해야 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사진이 좀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쩝.
0123
<2> 테라로사
새로운 집에서.. 아이들의 동심은 새롭게 발전하는가? 아니면, 아이패드, DS-2 등의 후유증이었을까? 녀석들은 나가자는 엄마, 아빠의 제안에 소극적으로, 아니 부정적으로 대응을 하더니.. 펜션에서 그냥 자기네 끼리 놀겠단다. 결국, 오후에는 함께 나가기로 약속을 하고, 우리부부만 테라로사라는 곳으로 향했다.
< 펜션에서 빠이빠이하는 녀석들 >
테라로사.. 이번 여행 전에, 강릉에서 갈만한 곳이 뭐가 있을까 잠시 찾아보다가 알게된 곳이었다. 커피공장과 카페를 함께 한다기에.. 호기심에 한 번 가보게 되었다.
우리차의 네비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가는 길은 우리가 무언가 잘 못 찾아가는게 아닐까 싶을만큼, 애매했다. 차 한대 간신히 지나갈 만한, 한 겨울의 시골 길.. 간간히 보이는 전원주택 형태의 시골 집들... 이런 곳에 그런 커피집에 있을리가 없지않느냐는 의견을 아내와 주고 받으며.. 결국 차들이 20여대 주차해 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곳이 우리가 찾던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의 모습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다. 가만히 되짚어보면, 그 모습은 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카페 모습과 유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화려하고, 눈에 딱 띄는 간판은 없었다. 주변경관과 어우러진, 혹은 주변경관을 가리지 않는 소박한 안내문구들이 테라로사를 찾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얻은 힌트의 전부였다. 별달리 뛰어날 것 조차 없는 주변경관조차 보호하려는 주인의 배려일까? (평이 너무 후~한가? ㅋㅋ)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혀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아기자기, 아니 난잡하게 복잡하게 꾸며져있고, 무언가 정렬되어 있지 않은 듯한 분위기.. 공장이라 그럴까? 미로처럼 요리저리 가서 앉아야 하는 테이블...
자리를 잡고 잠시 앉아서, 다시 한 번 주위를 돌아보니.. 난잡함 속에 분명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걸 알게되고.. 주인장의 디자인 감각이 내가 알던 상식과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커피도 팔고, 빵도 팔고, 원두도 팔고, 식사도 팔았다. 나는 케냐 커피를 마시고 (천원 더내고 아메리카노 리필도 하고), 아내는 올해의 컵오브커피를 받았다는 엘살바도르 커피 마시고, 녹차 빵을 뒤늦게 주문해서 함께 먹었다. 원두도 샀다. 브라질 푼다 농장의 커피였다. 역시 올 해의 컵오브커피로 선정된 커피란다. '컵오브커피'라는 것은 테라로사 사장님이 위원으로 참가하는 국제적인 커피 평가위원회인가 보다. 매년 열리고, 그 해에 전세계 커피농장에서 재배된 커피를 품평하는 행사인데.. 그 해에 가장 우수한 몇가지 커피만 선정된다고 한다. 커피는 전 세계인의 음료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사실이다.
01234567891011121314
이번엔 세로 사진
01234567
<3> 펜션 앞 해변
펜션으로 돌아와서, 다시 아이들을 설득해서 바깥으로 나오는데는 협박과 시간이 좀 필요했다. ㅡ.ㅡ;; 강한 바람에 의한 높은 파도에 대한 호기심이 아이들에게 내가 준 가장 좋은 당근이었다. 높은 파도가 너무 무서워서 4D(아이들이 홈플러스에서 즐겨타는 가상스펙터클 놀이기구)보다 훨 재미있다는 말로 아이들을 유혹한 것이다. 부모 노릇을 하다보면 여러부분에서 어려움에 봉착한다. ㅡ.ㅡ;;
그래도, 높은 파도는 아이들에게도 나름 재미있는 놀이감은 되었다. ㅋㅋ
01234
<4> 점심 - 초당 순두부
계속해서 이것 저것 줏어먹다 보니..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싶어서.. 경포대 근처의 오래된 초당순두부집에서 식사를 했다. 재미 있었던 것은.. 그곳에 바로 지난 주에 1박 2일이 다녀갔다는 것. 입구에 붙어있는 플래카드에 강호동이 식사한 곳이라고 씌여 있었고, 방송은 이번 주 일요일에 한다고 되어 있었다. 살다보니 별일이 참 많다. ㅎㅎ
012
음식은 그냥저냥 먹을 만 했다. 120년 됐다는데... 오래된 집 답게, 맛에 무언가 모를 성깔이 있었다. 그러나, 카드로 계산하자 낯빛이 달라지는 주인, 나가는데 안녕히가시라는 인사도 없는 식당 사람들 모습을 느끼며, 다시 또 올일은 없는 집이라는 강한 불쾌감이 엄습했다. 오는 사람은 반기고, 가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집이었다.
<5> 설악산
식사 후, 우리는 갈 곳을 급 변경하여.. 설악산으로 향했다. 원래는 근처의 소리박물관엘 갈까 했으나, 솔이가 박물관에 질렸는지 싫다고 아침부터 난리여서.. 결국, 설악산에가서 케이블카나 타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네비에 설악동을 찍었는데... 세부 메뉴를 선택하지 않아서, 엉뚱하게 오색약수터로 네비가 안내를 했고, 이상하다 이상하다며 운전하고 가다가... 오색약수터 5Km 전방에 가서야 알았다는 것. 시간은 오후 4시가 다된 시간. 급히 방향을 바꾸어 설악산으로 향했고, 마구마구 몰아댄 후.. 설악산에 4시 40분에 도착하고, 케이블카 까지 도 마구마구 뛰어가서 간신히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0123456
0123
땅위의 날씨도 추운데.. 정상부근의 날씨는 말할 필요도 없이 살을 에었다. 케이블카에 대해서 미리 공부를 하고 왔으면, 그리고 시간이 조금 있었으면 위에 있다는 권금성 봉화대라도 다녀왔을텐데.. 날도춥고, 시간도 없고, 아이들과 함께라서 그런 시도는 하지 못했다. 그냥, 500원짜리 망원경에 동전 넣어주고, 아이들에게 울산바위와 속초시 구경시켜주는 수준에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래도, 솔이는 설악산 케이블카 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니.. 무리한 여정이 보람은 있는게다. ㅎㅎ
<6> 저녁식사 - 주문진 항 회집
케이블카에서 내려오니,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회를 싫어하는 솔이에게, 제주도에서 솔이가 맛있게 먹었던 한치회를 사주겠다고 꼬셔서.. 회를 먹으러 출발했다. 속초에 왔으니 대치항을 갈까 하다가, 펜션근처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좋을 듯 하여, 7번국도를 타고 열심히 달려서 주문진항으로 갔다.
강원도는 와봐야 강릉과 속초 정도만 가봤지, 주문진은 처음이었다. 주위가 완전히 어둠에 묻힌 후에 도착했으나, 주문진항의 밤은 불야성이었다.
< 주문진 수산시장 앞에서 >
수산시장과 회 센터가 잘 구성되어 있었고, 규모도 크고, 아주 활발하고 생기가 도는 느낌이었다. 일년의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해돋이 보러온 사람들도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수산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한 식당에 들어가 광어회와 한치회 대신 오징어회를 시켜서 배불리 먹었다.
012
< 광어 회 - 광어회가 나오자, 소은이는 "와~!!" 하며 소리를 질렀다는.. 그래서 가져온 아주머니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는... >
<7> 귀가
식사를 하고, 우리는 펜션으로 향했다. 그리고, 피곤이 몰아쳐서 일찍 잤다. New Year's Eve 기분도 못느끼고.. ㅡ.ㅡ;;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