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이제 7박 8일 여정의 확실한 반을 지났다. 안개, 바람, 비 로 얼룩진 해상에서의 하루가 지나고, 새벽이 되자 배의 요동이 확실히 줄었다.
내가 눈을 뜬 시간은 배의 출렁임이 가라앉은 그러나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시각이었다. 갑판위로 올라와보니, 멀리 일본 규우슈우섬의 형상과 점점이 빛나는 불빛들이 어슴프레하게 보였다. 사진기를 들고 나왔으나, 사진으로 표현하기에는 빛의 양이 너무 작았다.
아쉬운대로 레전드호의 갑판 풍경을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ㅎㅎ
< 갑판의 선수 쪽에서 선미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 - 야외 풀장, 그리고 바이킹크라운라운지의 불빛이 예쁘다 >
<2>
날이 밝자, 주변의 섬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날은 역시 흐렸다. 맑은 날 여행하는 것 보다는 당연히 감이 좋지 않겠지만, 비가 관광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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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는 돌고래로 유명한 곳인지도 모르겠다. 갑판위를 걷다가 선미로 돌고래 떼가 따라 오는 것을 보았다. 아마 내가 제일 먼저 발견한 것 같다. 분명 한두마리는 아닌것 같았지만, 물위로 올라오는 빈도를 그렇게 많지 않아서, 아이폰으로 담은 동영상에도 간간히 작게 보인다. 그래도, 바다의 야생 돌고래를 보다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3>
이 날은 아침식사를 '로미오와 줄리엣' 식당에서 먹은 유일한 날이다. 기항기 관광을 위해서 모이는 시간이 조금 이른 편이어서, 자리잡기 위해서 한 참을 헤메여야 하고, 음식을 먹으려해도 너무나 북적대는 윈재머카페 보다, 그래도 최소한 자리는 쉽게 확보할 수 있고 서빙받을 수 있어 좀 빠를 듯 한 식당이 나을 듯 하여 선택한 것... 그러나, 이 날 이후로는 아무도 조식을 먹으러 로미오와 줄리엣엘 가자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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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선
일본에 입국하는 과정은 순조로웠다. 상해에서 아예 직원이 탑승하여 전 승객에게 입국 수속을 전날에 마친 상황이니, 당연한 게지... 여기서부터 중국과 일본은 비교가 되었다.
<입국 기다리는 동안 삼촌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 녀석들>
<5> 화산섬 사쿠라지마
일본...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초행은 아니었다. 7,8년전에 동경근교 지바에서 있었던 전시회에 참관차 왔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의 본 섬에 있는 동경이었고, 이번에 우리가 기항한 곳은 일본 최남단 규우슈우 섬에 있는 작은 도시 '가고시마' 였다.
하선을 하자, 바로 앞에 버스와 가이드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 가이드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인심좋아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이 가이드 아주머니가 가고시마와 나가사키까지 가이드를 해주었는데, 언변도 달변이었고, 구수~한 이야기를 어찌나 잘 하시던지.. 게다가 시키지도 않은 노래까지 불러주어서, 인기 만점이었다. ㅎㅎ 그런데, 추려낸 사진들을 여기저기 들춰봐도.. 이 가이드 아주머니를 찍은 사진을 찾을 수가 없다. ㅡ.ㅡ;; 아이폰으로 찍은 동영상은 몇장 있는데... ㅡ.ㅡ;;
가고시마에서 우리가 가본 곳은 사쿠라지마라고 하는 화산섬과 시로야마전망대.
사쿠라지마에서 가장 최근에 화산이 폭발한 것은 1914년이라고 한다. 당시 쏟아낸 용암으로 바로 옆의 섬이 육지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지도를 바꾸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사쿠라지마를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가게 되는데, 지속적으로 가고시마와 사쿠라지마를 오가는 셔틀페리와, 페리가 정박하는 항구를 보면, 일본이 참 정돈되어 있고, 선진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외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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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지마 가는 페리 위에서>
섬에 도착해서 가장먼저 들른 곳은 관광센터와 그 옆의 족욕장... 무언지 모르게 정돈되고 깔금한 느낌, 그리고 왠지모르게 친절한 느낌... 그것이 일본이 주는 인상이었다. 무언지 모르게 어지럽고, 지저분한 느낌, 그리고 왠지모르게 불친절한 느낌의 중국과는 달라도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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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지마 관광센터 근처 - 가로 사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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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지마 관광센터 근처 - 세로사진 모음>
일본은 참 도로가 좁다.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돌아다니는 우리로서는 기사아저씨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사람들은 참 작은 차를 타고 다닌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차들이 우리나라 마티즈 수준의 작은 차들이었다.
관광센터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버스로 아리무라 용암전망대로 향했다. 용암전망대라서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용암이 들 끓는 모습을 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914년에 화산이 폭발한 산을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게 만든 곳이 용암전망대였다. ㅡ.ㅡ;;; 버스에서 내려 10여분 산책하듯이 걷다보니, 전망대란다. 사진몇장 찍고 내려왔다. ㅡ.ㅡ;; 날이 흐리고, 산꼭대기에 구름이 끼어서, 화산이 뿜어져나오는지, 용암이 흐르는지 알수는 없었다. 당연히, 화산폭발도, 용암도 흐르지는 않았다. 다만 산 정상에서 구름에 섞여서 거뭇거뭇한 연기가 약간 보일 뿐이었다. 그것도 가이드 아주머니의 안내가 없었으면 몰랐을지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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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 전망대의 하일라이트는 돌아오는 버스에서 먹었던 과일과 젤리였다. 하긴, 용암이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는 없으니, 화산섬을 갔다는 자체도 생소한 경험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나는 예전에 하와이 빅아일랜드 출장가서 이미 화산을 본지라... 별로 생소하거나, 신기하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버스 타기 전에 산 과일(비파)를 버스에서 먹었는데.. 무쟈게 달고 맛있었다. 또, 솔이가 할아버지에게 사달라고 졸라서 산 고구마 젤리도 제법 먹을만 했다. ㅎㅎ 이렇게 현지식(?)으로 군것질을 하는 것도 해외 여행의 묘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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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로야마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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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쿠라지마섬의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페리를 타고 가고시마로 돌아왔다. 페리로 이동하는 시간은 기껏해야 15분 남짓...
가고시마에 도착해서 다음으로 들른 곳은 가고시마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시로야마전망대. 느낌은 대전의 보문산 전망대 정도? 가고시마는 인구 60만의 중견도시이다. 높은 건물도 없고, 전반적으로 조용한 도시였지만, 아주 일본적이고, 일본적으로 현대화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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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귀환 - 배에서의 오후
시로야마 전망대를 내려와서는, 시내 자유관광 시간이 주워졌다. 시내의 특정 위치에 내려주고, 대략 1시간 반정도의 자유시간을 준다. 점심도 알아서 먹고, 쇼핑도 하고... 그러나, 우리는 그냥 배로 귀환을 택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일본의 도시를 기항할 것이기 때문에, 가고시마에서 부터 그럴 필요야 있겠나 싶어서 였다. 너무 소극적인 생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배에서 뜻있는 시간을 보내면 좋은 거지...
배에 다시 승선하자마자 행한 곳은 윈재머카페.. 기항지에 정박한 경우에는 늦은 점심을 위해서 카페를 오후 4시 혹느 4시 30분까지 운영하는 듯 했다.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이 그냥 배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많은지... 보통때와 달리 자리가 넉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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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고나서, 가장 먼저 간 곳은 미니어처 형식으로 9개의 퍼팅 홀을 만들어 놓은 미니어처 골프장. 솔이와 소은이와 함께.. 퍼팅게임을 하면서 두 라운드 돌았다. ㅡ.ㅡ;; 그러고나서, 솔이와 아내는 삼일전 나와 현민이가 올랐던 암벽타기에 도전했다. 솔이는 끙끙거리며 중간정도까지 올라가다가 포기하고 내려왔고, 아내는 초급코스에서 끝까지 올라가 종을 울리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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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즐기다 보니, 어느 새 가고시마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가고시마를 떠나려하니, 부둣가에 일본인들이 불을 나열해 놓고 공연을 펼쳤다. 악기는 그냥, 딸랑, 북... 이름 모를 타악기가 하나 있었는데... 소리가 마치 장구에서 모서리 칠 때 나는 소리였다.
공연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난타와 유사한 것이었다. 난타는 리듬미컬하고, 대중적인 스타일인 반면, 가고시마의 연주는 더 육중하고, 예술적인 느낌이 들었다. 짧지 않은 연주가 끝나자, 배 위의 많은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배는 고맙다는 육중한 경적을 울리고, 출입국 수속장 앞의 작은 자동차는 응답의 경적을 몇차례 주고 받은 후, 배는 서서히 가고시마와 멀어졌다.
< 가고시마의 환송 공연 >
배는 다음 기항지인 나가사키를 향해서 출발했다. 나와 아내, 그리고 처남은 9층 풀사이드 바에서 무알콜 칵테일을 한 잔 했다. 그리고, 현민이는 가져온 수영복... 사진이라도 한 장 담아야 겠다고, 누나와 함께 실내풀장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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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은 로미오와 줄리엣 식당에서 먹지 않은 유일한 날이 었다. 기항지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배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다보니, 정찬시간이 되어도 배가 너무 부른 상태였다. 결국, 조금 늦은 시간에 윈재머카페에서 뷔페식으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뷔페는 점심과 또 달랐다. 점심보다 무언지 모르게 풍성한 식단이었다. 이 정도면 정찬 대신 먹어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자리 잡는 걱정하지않고 서빙 받으면서 식사하는 것 또한 매력이 아닐까 싶어.. 대부분 정찬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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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를 돌아본 5일차는 그렇게 저물어 갔다.
배로 돌아온 후 부터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매일 매일 객실로 배달되는 선상신문을 보고, 꼼꼼히 이벤트를 찾아다니시면서 즐기시는 장인어른의 '참여정신과 행동' 그리고 '체력과 정신력'은... 젋은 우리가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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